마음여행
11월 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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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심리상담을 했다.
아 물론 혼자 일대일 이런건 아니고 회사 사람들과 또 다른 회사 사람들 20명 정도.
퇴근하고 다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20분정도 미리 도착을 했는데 문을 열자마자 헉.
헐리우드 영화, 혹은 미드에 나오는 뭐랄까 마치 알콜중독, 우울증 환자 모아놓고 이야기하는 그런 장소와 같은 느낌이어서 정말 헉 했다.
아무튼 다른 분들도 거의다 오시면서 시작.
이 상담 몇일 전에 숙제가 있었는데 최근 가장 힘든일, 사람에 대한 기억을 상세히 써서 메일로 제출하는 것이었고 나도 제출했다.
각자의 내용 중 사례를 2개 뽑아서 진행하는 건데 우리 중 한명이 나와서 그 사례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었다.
#1
첫째 사례는, 이전에 말도 트고 친하게 지내던 직장 후배가 있었는데 내가 퇴사하고 나서 사업을 하다가 갑, 을의 관계로 만나게 되면서 겪은 서운함에 대한 이야기었다.
앞에 나가신 분이 (본인 사연이 아니심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감정 이입을 잘 하셔서 정말 그분 이야기인줄 알았다.
상담사가 그 때의 감정들, 기분, 생각들을 물어보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듣고 또 그에 대한 우리의 생각들 뭐 이런걸 나누는 상황.
(글로 적다보니 말투가 좀 딱딱할 수 있지만 실제 그렇지는 않았다)
상담사: 친하던 후배가 갑자기 그렇게 차갑게 대하고 도와주지 않을 때 심정이 어떠셨어요?
앞에 서신 분: 비즈니스적인 관계라는걸 알긴 알지만 우리가 이런 사이었나 하면서 섭섭했습니다.
상담사: 이거에 대해서 질문이나 뭐 하고싶으신 말씀 있으신분 계신가요?
A(우리들 중 1명):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그럴 때는 정말 마음을 접고 딱 일이다 생각만 가지고 대해야 되는 것 같아요.
상담사: 잠깐만요. 자기의 생각을 강요하지 마시구요. 드는 감정만을 이야기 해주세요.
위의 진행을 보면 그림이 그려지는가?
상담사가 의도하는 게 무엇인지 알것도 같았다.
각자의 존재감, 나를 알아주세요. 나는 지금 이런 감정이에요. 들어주세요.
이런 것에 초점을 맞추고 공감을 이끌어 내시려는 것 같았다.
지금 힘들어 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말이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어떤 솔루션을 제시하거나 강요해봤자 전혀 소용이 없을 뿐더러 그런걸 바라는게 아니다. 라는 뭐 그런...
맞는 말이다. 존재감 중요하고 같이 울어주는 것 좋은 작용이라고 생각을 한다.
특히나 나도 '공감' 자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고 또 느끼는 것 중요하다.
근데 이게 선택이 가능한 일이란게 좀 곤란할 수가 있다는거.
내가 관심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상대방의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함께 느끼는 그런걸 안할 수가 있지 않나 싶다.
후배때문에 섭섭했겠다 라고 '생각'은 되지만 내 일처럼 섭섭하게 막 '공감'은 안될 수 있잖아.
요즘 사회에서, 내 일이 아니지만 생각해보는 것만해도 나는 썩 괜찮은 편이라 생각한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아이들 사진을 볼 때마다 아아 가슴아린 느낌으로 슬퍼하기가 힘들다.
어떤 날은 아 뭉클해지고 힘이 났으면 좋겠어서 기부금도 하지만 어떤 날은 참 큰일이다 싶고 말 때가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을 마치 반드시 해야하는것처럼 강제하는 느낌 싫었다.
#2.
둘째 사례. 요약하면 나는 사업이 힘든 상황의 가장. 어머니가 지방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계시고 나는 용돈도 못드릴 상황.
집에서 아내가 공격적으로 자꾸 말해서 위축이 되고 자식들과도 그냥그냥. 참 힘들다.
이거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부인이랑 좀 나아지려는 시도가 있었느냐. 이렇게 저렇게 하는게 낫지 않겠느냐. 참고 견뎌라. 등등..
중간에 어떤분이 이러이러 하지 그러냐고 공격적으로 좀 말하다 보니 앞에 서신분은 제 입장이 되면 그런말 못할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상담사는 그 부분을 중요한 포인트로 잡았다.
결국 두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건 소통, 위로, 공감 에 대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아쉽게도 난 재미가 없었던 시간이었다.
내가 남자이기 때문일까? 부분적으로 그런 것 같다.
위로하는 방법이 꼭 상담사분이 의도하는쪽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힘든거 알고 괴로운거 알아도 그냥 '밥이나 먹자' 하고 밥먹고 오고 그럴때가 있다.
어떤 사람들끼리는 위로의 방법, 효과 이런거 다 다른것 아닌가.
그런데 너무 (내가 생각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위로와 커뮤니케이션을 강제당한것 같다.
아이러니한 시간이었다.
글이 길어지니까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진다. 말하고 싶은걸 차분하게 아직 잘 못쓰는것 같기도 하고. 긴 글을 쓰는 연습이 되리라 생각하면서 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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