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좋아하던 누나 꿈

nhs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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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에서 보는 대구 시내 야경

퇴사를 하고 집에서 쉬면서 부쩍 꿈을 자주 꾼다.

 그중 하나를 써보자면...

 중학생 때 교환일기를 쓰던 누나가 꿈에 나왔다.
최근에는 연락하지 않아서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꿈에서는 그 시절 모습이었다. 사람들과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갔다가 방에 누나랑 나랑 친한 형이랑 셋이서 어떤 이야길 하고 있었고 나는 누나의 손이 잡고 싶어서 그냥 덥썩 잡았다. 손을 계속 잡고 있으니까 누나가 그다음 마음이 자꾸 생긴다고 해서 잡은 손을 놓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다가 꿈에서 깨서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다시 잠드니까 꿈이 이어졌다. 사실은 누나가 보고 싶어서 다시 꿈을 꿀 수 있을까 했던 마음인데 그게 이어진 거라 신기했다.

 내가 그때 14~16살 즈음이었는데 현실과 다르게 꿈에서는 내 감정이 숨김없이 나온다는 게 신기하다. 참을 필요가 없기 때문일까? 난 누나의 웃는 얼굴, 따뜻한 말투, 일기장에 남긴 글, 나한테 잘해주는 모든 것들이 좋았다. 그리고 그때의 드러내지 않았던 그러나 다른 사람은 알 수도 있었던 감정이 꿈에 그대로 나와서 그냥 누나 손을 잡아 버린 게 아닐까 싶다.
 지금이야 나이를 먹고 누굴 만나든 상대방도 성인이다 보니 좋으면 좋다고 표현을 하고 거리낄 게 없지만, 그땐 중1이 고2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누나가 굉장히 어른처럼 느껴져서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사람이 각자의 환경과 감정, 이해가 모두 달라서 그 누나는 어땠을까 궁금하다. 나와는 다르게 또 감수성이 짙은 나이일 수도 있고 - 실제로 감수성이랑 나이는 그다지 깊은 관계가 있진 않을 거라고 보지만 - 입시도 있고, 연애도 있으니까 나랑은 다르지 않았을까... 교환일기를 쓰면서 많은 얘기를 했었는데 누나는 어땠나 정말 궁금하다. 그냥 친한 어린 동생 보살펴주는 그런 일들 중에 하나였을까?

 누나 웃는 얼굴이 무척 좋고 보고 싶었나 보다. 꿈에 나온 걸 보니.
그리고 꿈에 나와서 더 보고 싶어 진다. 지금 모습은 당연히 그때와 같지 않을 텐데.
 신기하게도 잘 기억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 싫은 기억도 기어코 머리를 뒤집어 날 괴롭힐 정도로 잘 떠오르는게 있기도 하고 잊지 말아야지 하던 일이 아무리 떠올려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걸 보면 반드시 사람 의지대로 되는게 아닌가보다.
 누나와 교환일기를 어떻게 끝냈는지, 누나가 어떻게 수능을 보고 내 옆에서 없어졌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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